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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 민법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민법상 유책배우자(=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자)가 이혼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즉,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자가 오히려 상대방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 패소한다는 뜻이다.
2.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정되는 경우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출처: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이혼] > 종합법률정보 판례)
쉽게 말하자면, 어차피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누구의 잘못이 먼저인지를 따질 의미가 없을 정도로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3. 실제 사건 – 신혼 집에서 바람 핀 아내 vs. 가정폭력 남편 이야기
어느 부부가 있었다. 이 부부는 2018년 혼인하였고 둘 사이에 아기도 태어났다.
그러나 아내는 2020년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심지어 자신과 가족이 살고 있던 신혼집에서도 성관계를 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던 남편이 아내를 추궁하여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편은 화를 참지 못해 아내를 욕하며 폭력을 휘둘렀다.
얼마 뒤, 아내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인 아내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자신에게 폭언을 일삼았고, 남편이 자신에게 폭행을 하였으며, 결혼 전부터 시댁에서 과도한 혼수를 요구하였다며 이혼을 청구하였다.
피고 남편은 이 모든 것이 원고의 부정행위 때문이라고 반박하였고, 그러자 원고는 피고도 다른 여자와 바람을 폈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면서 피고가 부정행위를 하였다는 증거가 없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나 시댁으로부터 이혼사유에 해당할 정도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마지막으로 원고는 ‘어차피 피고도 맞바람을 피운 상태이고, 피고 역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둘 사이의 혼인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주장하여 이혼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전후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원인은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위반하여 다른 남자와 수 회에 걸쳐 부정행위를 한 원고에게 있다’고 하여 원고의 이혼청구를 기각하였다.
4. 생각해 볼 점
원고는 이혼을 원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피고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면 상당히 큰 위자료를 물어주고 친권을 뺏겨 양육비마저 지급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역으로 먼저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썼던 것 같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셈.
그러나 민법상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를 할 수는 없었기에 원고는 피고에게도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음을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피력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법원은 원고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였고, 설령 피고가 마음 속으로는 이혼을 원하였다 하더라도 피고가 적극적으로 반소를 제기하여 이혼청구를 하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이혼 소송에서 두 부부는 이혼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원고가 패소한 이후 두 부부의 혼인관계는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두 부부가 이혼소송에서 서로를 헐뜯으며 감정의 극한까지 치달았는데 법원에서 이혼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갑자기 사라진 애정이 다시 솟아났을까? 전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두 부부가 정말로 이혼을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남편의 행동에 달려 있다.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경우, 남편은 위자료와 자녀의 친권 측면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짐작해 본다면, 원고로서는 이혼 소송에 임하면서 적극적으로 조정 절차를 이용하여 최악의 상황은 면한 채 이혼을 택하는 출구 전략을 시도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